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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인(武道人)들이여, 운명(運命)을 초월합시다!

TKTIMES | 기사입력 2019/11/16 [01:48]

“무도인(武道人)들이여, 운명(運命)을 초월합시다!

TKTIMES | 입력 : 2019/11/16 [01:48]

“무도인(武道人)들이여, 운명(運命)을 초월합시다!
작가 김동인 감자 (<조선문단> 4호, 1925년 1월)

 


농부의 딸인 복녀는 돈에 팔려 나이가 저 보다 스무 살이나 더되는 홀아비에게 시집을 갔다. 생활은 말이 아닌데다 남편은 게을러서 기어코 평양 교외의 빈민굴로 밀려나와 구걸로써 목숨을 이어가게 되었다. 마침 그 때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뒤끓어 평양부에서는 그 퇴치에 나섰다. 복녀도 그 인부의 한 사람으로 뽑혔다.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았다.

어떤 날 그녀는 몇몇 아낙네들이 감독과 더불어 웃고 놀며 소일하면서 품삯은 자기보다 훨씬 더 받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되지 않아 복녀도 감독에게 몸을 더럽히게 되었으며 그 날부터 다른 아낙네처럼 놀아 날 수가 있었고 정조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가을이 닥쳐왔을 때 복녀는 빈민굴 아낙네들을 본받아 이번에는 중국인 감자밭에 감자를 도둑질하기 위해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떤 밤이었다. 그녀는 감자 한 광주리를 훔쳐서 막 일어서려는 순간 중국인 왕 서방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복녀는 중국인을 따라가서 몸을 허락하고 얼마간의 돈을 얻어 돌아왔다. 그 후부터 그녀의 집에까지 왕 서방은 드나들게 되었다. 그들 부부의 생활에는 약간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복녀의 집에 왕 서방이 오면 복녀의 남편은 복녀가 마음 놓고 몸을 팔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곤 했다.

그러나 중국인 왕 서방이 장가를 들게 되었다. 새로 색시를 사온 것이다. 복녀는 타오르는 질투를 참지 못해서 결혼식 날 왕 서방을 찾아가서 저의 집으로 가기를 청했다.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갔다. 복녀는 손에 낫을 쥐고 대항하다가 피를 뿜고 죽어갔다. 이 날 밤 왕 서방은 복녀의 남편과 의사에게 각각 30원과 20원씩을 주었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 갔다.

‘감자’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자란 여인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환경결정론’이란 주인공의 운명은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복녀의 죽음도 따지고 보면 불우한 환경이 빚어낸 일종의 숙명으로 그 운명은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 된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운명을 거역 할 능력은 없지만 개척 할 의무는 있다. 더구나 무술을 연마하는 무도인의 긍지는 이런 운명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 힘은 승리 뒤에 오는 허망함까지도 감쌀 수 있는 마력을 알게 하고 실패 뒤에도 저력이 남아 열정과 미련을 다스릴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쉽게 다가온 승리가 우리를 나태하게 만든다면 실패는 방향 전환의 전주곡이 되어 새로운 의식을 정립시켜 준다.

만족스러운 삶 뒤에 오는 권태, 그 권태는 우리가 추구하는 다른 삶까지도 파괴 시키고 만다. 멋진 승리 보다 멋진 패배에도 견딜 수 있을 때 삶은 반짝일 것이다. 무도인(武道人)들이여 운명을 초월합시다!

[TK TIMES 양재곤 기자] ceo@tk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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